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눈을 떴을때..

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그래.. 예전에도 이런 기억이 있어.. 언제더라.. 그때는 정말 지독하게 당했지..'

누우런 황사가 한바탕 몰아 닥치고 있는 듯 시야는 뿌옇고 누랬다. 굉장히 낡은 듯한 건물..

내 앞에 서있던 사람이 뒤를 돌아 본다.
'흐억!..'
다 뻐드러진 이에 문드러진 코에 돋아나있는 수많은 종기들..떼굴떼굴 굴러가는 눈동자는 서로 다른곳을 응시하지만 묘하게도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것이 느껴진다.

'뭐..뭐지 이사람... 마치 구니스에 나오는 슬로스 같잖아..'

"크겈ㅋ거크크크거거커컼"

'이거 웃는 소린가...소름끼치는구만..'

다행히도 그 인간.. 아니 차라리 괴물이라고 말하는게 더 어울리는 그 것은 나를 보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듯 했다. 내가 정신 차리기 전에 무슨일이라도 있었던걸까? ... 저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생각하기 무서워진다.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웅성웅성 했던 분위기가 갑작스레 조용해 진다. 붉은색에 검은 줄이 가있는 카페트가 깔린 바닥 때문일까. 발걸음 소리 조차 나질 않는다.

-------------------------------------------------------------------

 이 곳은 마치 병원 같다.  아니 병원이다.
 가운 따위를 걸친 뭔가 넋이 나간 사람들이 하루에 한번씩 내 방엘 들려 무언가를 이야기 한다.
 한국말이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내가 하는 말은 그들에게 닿지 않는다. 아니 심지어 나의 귀에도 나의 말은 정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머리속으로는 벌써 며칠째 몇편의 추리소설이 완결되어 가지만 아이 옹알이 같은 소리만이 혀끝에서 오가는 지금으로서는 그를 확인할 길이 없다.

--------------------------------------------------------------------

 내 앞에 서있던 슬로스가 죽었다. 무표정하게 발견된 그의 시신은 신기하게도 아무런 소동도 일으키지 않았다. 병원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무심하게 드를 침대에 옮겨 밖으로 빼내는 동안 사람들도 그저 무표정하게 바라만 볼 뿐이었다. 정상이 아니다. 공포에 빠진건 나뿐인가보다. 다들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그러니까..."

말소리다. 누구지? 누구? 처음이다.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정신나간 사람 처럼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저 멀리 통로 끝 로비입구에 안경을 끼고 수염을 기른 의사의 입모양과 내가 들은 소리가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봐!!!! 의사!!"

그는 날 흘끗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고개를 돌린다. 나의 착각이었나?
아니, 그는 무심하게 고개를 돌린것과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알고 있다!

건장한 경비원들을 제쳐대고 그를 쫒기 시작했다.

"이봐! 기다려!"

어디로 가는거지? 어느새 나는 가본적 없는 새로운 곳으로 들어섰다.

수엽기른 의사는 여전히 도망가고 있다. 거의.거의 다 따라 잡았다. 의사가 앞에 보이는 통로 끝 검은 문에 점프하듯 뛰어 들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비명소리. 잡을수 있겠다. 드디어.

"이봐!!"

하고 문을 열어 제꼈을때....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