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취향따라, 스타일따라 고르는 향수

취향따라, 스타일따라 고르는 향수

[esquire]입력 2011.03.30 13:52

패션과 음악이 밀접한 이유는 패션이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션은 모든 오감을 만족시킬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여기엔 향도 포함된다. 향수는 어떤 룩의 느낌을 극대화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는 없던 분위기마저 덧입히는 능력을 지녔다.



정복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
‘크리드 어벤투스’는 본래 전쟁터에서 승리한 남자의 평화와 로맨스를 형상화한 향수다. 그런데 이 향수를 실제로 뿌리면 화려한 리조트에서의 달콤함과 느긋함이 느껴진다. 남자가 무엇인가를 정복하고 이뤄낸 후 만끽하는 승자의 여유랄까. 그래서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트렌드인 리조트 룩을 입었을 때 이 향수를 뿌리면 결코 가볍지 않은, 중후한 남자의 편안함을 연출할 수 있다. 화려한 블라우스와 마이크로 쇼츠도 경박스럽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75ml/31만8000원.



나의 유년기
프랑스의 조향사 제랄드 지스랭이 만든 부티크 향수 브랜드 ‘히스토리 드 퍼퓸’은 향수마다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 사건을 개입시킨다. ‘1969’는 남성과 여성의 이중성을 동시에 지닌 유년 시절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10대 시절, 노래 제목과 가사에 유독 1969라는 해가 자주 등장했고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린 매우 전설적인 해이기도 해서 그때를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버터와 초콜릿, 피치, 커피, 화이트 머스크로 이루어진 따뜻한 오리엔탈 계열의 향수로, 파스텔 컬러를 입은 새하얀 피부의 중성적이고 유약한 소년들이 떠오른다. 120ml/25만8000원.



고정관념을 벗어난 실험적인 룩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언타이틀드’는 그 이름처럼 ‘향수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식물의 향이긴 하나 초록의 느낌보다는 탁한 연두색의 동양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성별의 애매모호함, 규정할 수 없음, 백지 상태만이 느껴지는 이런 형용할 수 없는 향―우리가 익히 맡아보지 못한 생소한 향―에는 틀을 벗어난 옷을 매치하라. 이를테면 스커트 같은 다소 실험적인 의상들을 말이다. 50ml/15만원.



세련된 취향의 도시 남자
트렌드에 민감한, 옷을 잘 입는 남자에게 어울릴 법한 ‘꼼 데 가르송 원더우드’. 특히 스포티 밀리터리 룩에 서정적인 느낌을 불어넣어줄 만한 강력한 우디 향이다. 체다 우드, 샌들 우드, 사이프러스 우드 등 풍성한 우디 향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향수로 잔향으로 갈수록 나무 탄 냄새가 씁쓸하게 풍긴다. 가죽 재킷이나 스터드 장식, 유틸리티가 가미된 트렌치코트와 더없이 잘 매치되며 극도로 세련되고 섬세한 감성을 드러내준다. 100ml/13만8000원.



범접하기 힘든 예술적 아우라
예술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 브룩클린, 그곳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나 스타일리스트에게서 영감을 받은 ‘본드 넘버 나인 브룩클린’. 카다멈과 사이프러스, 제라늄 향으로 이루어진 이 향수는 브룩클린의 화려한 야경이 생각나기도 하고 비 온 뒤의 흙 냄새 같기도 하다. 향수 냄새라기보다는 독특한 체취와 같은 무한 자유로움이 떠오른다. 남과 다른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룩에 여운을 강렬하게 남기며 누구든 한 번은 뒤돌아볼 만한 개성 강한 향수. 50ml/25만원.



머나먼 곳에 대한 동경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화려한 번영의 도시 팀북투는 예부터 실제 존재한다기보다 전설과 신화 속에 등장하는 환상의 도시로 여겨졌다. 그래서 팀북투(Timbuktu)라는 말 자체가 ‘아주 머나먼 곳’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라티잔 파르퓨머 팀북투’는 계피 향, 가죽의 냄새, 시가 태우는 향과 같은 독특한 향료가 어우러진 강인한 향이다. 원시 부족들에서 영감을 받은 액세서리, 애니멀 프린트 등 에스닉한 의상에 더 극적인 무드를 불어넣을 수 있다. 100ml/21만원



냉철한 엘리트주의
완벽한 테일러링을 추구하는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에서 만든 ‘브리오니 오 드 투왈렛’의 향은 정갈하고 빈틈이 없어 뵌다. 시트러스 계열의 맑은 향이 코 끝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면 따스한 우디 향이 지적인 남성미를 발산한다. 비즈니스 슈트와 잘 어우러지나 아저씨 냄새는 아니다. 막 다린 셔츠에서 날 법한 드라이하고 냉철한 향이 은은하게 지속된다. 평범한 비즈니스 웨어를 모던하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국내에서는 딱 열 개 한정 판매된다. 300ml/175만원.



섹시한 장난꾸러기
톡 쏘는 후추 향이 매력적인 ‘마크 제이콥스 뱅’은 스타일리시하고 유머러스한 남성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을 거침 없이 표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난꾸러기 말이다. 마크 제이콥스가 가장 좋아하는 향신료인 핑크, 블랙, 화이트 페퍼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어떤 룩을 입든 간에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살릴 수 있다. 또 귀여운 캐주얼 룩에 섹시함을 추가할 수도 있다. 100ml/12만원.



순수함의 정수, 미니멀리즘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을 향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아쿠아 디 파르마 에센자’는 깨끗한 비누 냄새를 닮았다. 남자의 야성미는 덜어내고 숨겨진 모성 본능을 이끌어내는 섹시한 향. 순수하고 정제된 천연 재료에서 추출한 에센스만을 사용해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이번 시즌 라프 시몬스나 프라다의 의상처럼 군더더기 없이 클린한 미니멀리즘에 도전하고 싶다면 이 향수가 제격이다. 50ml/10만3000원

기획_임현진 사진_최성욱 어시스턴트_김민선
에스콰이어 2011 03월호
<저작권자ⓒ에스콰이어.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