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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All

행복한 군대 만들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군생활을 했다

서울과 가까운 가평에서 근무했다.
시설도 나름 철제 관물대를 썼고 화장실도 수세식에 환자들 덕택에 따뜻한 물도 평균에 비해서는 많이 쓴편이다.
운이 좋아서 남들 다가는 혹한기도 한번 안가고 유격도 한번 밖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편함'을 제치고, 나에게 있어서의 가장 큰 자랑 거리는 군생활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어떤이들은 군대가 즐거웠다고 말하면 미친놈소리부터 뱉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당시에 같이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과 교류를 이어가며 그 당시를 추억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떻게?

비록 편한 군대였지만 그리고 힘든일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군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군대문제'는 언제나 문제다.

군 가산점 논란으로 인해 각종 토론이 이루어진 것부터 시작해서 가장 최근에는 화제의 유승준씨가 용서를 빌며 한국에 들어오길 간청하는 바람에 군대와 관련되었던 과거 문제가 다시금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젝스키스의 전 멤버가 탈영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최근에는 병역비리 문제로 재입대를 했던 싸이가 전역하는 일도 있었다.

군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라 일컬어 지는 군대다.
연초에 100분토론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의 말이 남성들의 많은 공감을 자아낸 적이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게 군인이라고.

이 말이 정말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남자들의 의견을 '적나라하게' 배출했다는 사실 이외에도.
남성들의 입장에 있어서 이 말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틀린말이 하나도 없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느껴진다고 말하는데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전원책 변호사가 말하는 군대에 대한 내용은 남자라면 정말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원책 변호사의 말은 틀린데가 있다.
가고싶은 군대가 없다. 그리고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자도 졸리고, 아무리 입어도 추운게 군대다.




세뇌의 공간 1

필자가 군대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바는 군대가 과잉 남성화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회가 양성성을 원하는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과 달리 군대는 아직도 남성성만을 요구한다.
강하고 빠르고 용감하고 지성적인 모습을 강요하며 수직적인 관계를 통한 서열의식의 주입은
군대가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곳이 될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여기에 남성 특유의 자좀심, 그리고 허영심이 더해져 군대는 어쩔수 없는 남성들 만의 공간이 되어버린다.

사람은 군생활 2년의 이전에 20여년이란 세월을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러한 수백수만가지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단 한곳에 모아 놓고 같은 방법과 같은 방식의 생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기위해서 서열화는 유일한 방법인 듯 싶다.
이런 서열화가 전체적인 통제를 위한 방법이라면 병사들끼리는 자존심과 허영심으로 단합을 시킨다.

무슨 말이냐.. 운동과 섹스가 그것이다.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스포츠와 섹스 그리고 스크린을 이용해 우민화 정책을 했다고 한다.
이게 근데 여기에도 잘 먹힌다. 섹스 얘기를 시작으로 서로간에 음담패설과 치부를 공유했다는것으로 전우애를 쌓아 나가고,
스포츠를 통해 또다시 서로간의 우정을 확인한다.

써놓고도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군대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행위다.

과잉 남성화라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
서로의 주요부위를 자랑하고 섹스 경험담을 털어 놓으며 스포츠를 즐기는데에 있어서 여기에 뒤쳐진 자는 덜떨어진 사람으로 취급하고 위의 것들을 잘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강요한다. 마초. 그들의 기준은 마초에 놓여져 있고. 평범하거나, 혹은 이런 마초적인 성격과 동떨어 져 있는 사람들은 자기네 기준에 부합하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초는 남성화의 단계가 아니다. 과잉 남성화의 단계의 상징이다.



세뇌의 공간 2

군대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말했던 힘들고 고된 장소라는 것이다. 물론 육체적인 단련을 중요시 하고 체력적인 강함을 중요시 하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군대가기 이전의 그것보다 어려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입에 두고두고 회자 되는 것은 핑계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뭐 정확히 말하면 자기 세뇌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2년이란 시간은 분명히 아까운 시간이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낭비하는 시간은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 자기 스스로 2년을 낭비했다면? 그건 그냥 묻혀진 시간이 된다. 즉, 자신이 처한 불리한 상황에 대한 핑계를 2년이라는 군대에 묻는 책임 회피 이며 자기 세뇌의 장인 것이다.



불합리의 공간

사람은 누구나 편함을 목적으로 움직인다. 법과 규칙을 기반으로 적절한 질서를 구축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군대에서도 이러한 법과 규정을 통해 서열을 지정하고 그에 따른 상명하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는 가장 훌륭한 규정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규칙과 법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이러한 서열이 악용되면서 그 이외의 것들에서는 불합리함이 찾아 들었다.

(한국 군대 외의) 사회에도 서열은 존재한다. 다만 이것이 한국 군대와 차이점을 보이는 것이 있다면 능력의 유무가 되겠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이 좌우하는 한국 군대가 아닌 이상 상상외로 엄청나게 멍청한 일들이 자행되는 것이다.

삽질. 이게 왜 뻘짓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충분히 많지만 잠시 설명을 해보자.
한국의 군대에서는 참 작업이 많다. 무의미한 작업은 솔직히 말하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작업은 많다.
극단적인 예가 나폴레옹이 산에 오르는 이야기랄까?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할 당시에 산을 넘게 되었는데 정상까지 올라가서 한다는 말이
"이 산이 아닌가벼"
다시 내려와서 다른산에 올라서 한다는 말이
" 아까 그 산이 맞는가벼"

같은 작업을 해도 중복되고 한번에 처리하는 일이 없다고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본인의 경우에도 그런일이 있었다.

장마철에 우천을 대비해서 기존의 부실한 물길을 확장하고 경로를 변경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확장까지는 이해가 갔지만 변경을 하는 이유는 잘 모르지만 뭐.. 위에서 말했다 시피 상명하복이니까.. 결국 변경된 수로로 인해 문제가 생겨 작은 산사태가 나게 되었다. 비는 내리고 땅은 점점 깎여가고. 결국 기존의 물길로 다시 복구 하는 수고를 들였다.



이곳이 다른곳과 같이 경제적인 논리로 움직이는 회사와 같았다면? 아마도 이런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투비컨티뉴